종교와 금융의 위험한 결합: 청담동 교회 목사 투자 사기 사건을 통해 본 제도적 허점
2025년 3월 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청담동의 한 교회 목사 A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2년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는 ‘조이153페이’라는 신생 결제 서비스 업체에 투자하면 매일 일정한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홍보하며 신도들의 투자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리로 보기에는 어려운, 종교와 금융의 위험한 결합이라는 더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목사 개인의 일탈인가, 구조적 문제인가?
한국 개신교의 많은 교회에서는 목사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위 구조가 존재합니다. 신도들은 목사의 말과 판단을 신뢰하며 따르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비판이나 감시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종교 지도자가 제안하는 투자나 후원 활동이 쉽게 정당화되고,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A씨 사건 역시 이와 같은 구조적 취약성이 금융 사기의 토양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사 사례가 말해주는 교훈
이번 사건 외에도, 교회 권사가 ‘주식 투자 전문가’를 자처하며 660억 원 규모의 투자 사기를 벌인 사례(일명 ‘권사 투자 사기 사건’)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유명 중견 배우를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종교 공동체 내에서의 신뢰가 금융적 판단을 흐리는 위험을 보여줍니다. 특히, 일반적인 금융 범죄와 달리 종교라는 신성한 신뢰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기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상처는 더욱 깊고 회복도 어렵습니다.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할 때
지금까지 종교 기관 내의 자금 조달이나 투자 활동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종교 조직을 매개로 한 금융 행위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합니다:
- 종교 기관 내 금융 활동의 등록 및 보고 의무화
- 종교 지도자 대상의 금융 윤리 교육 확대
- 투자 유치 시 공공기관 또는 금융당국의 사전 검토 절차 도입
- 신도 대상 금융 피해 예방 캠페인 강화
신뢰는 보호받아야 할 가치입니다
종교는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 신뢰가 사적인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변질될 때, 종교는 오히려 공동체를 해치는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청담동 교회 사건은 종교와 금융이 섞일 때 생길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 더 이상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과 사회적 감시의 장치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교회 목사가 100억원대 투자 사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진=뉴시스 DB) 2025.03.31. photo@newsis.com